11월의 마지막 주말, 해가 조금씩 짧아지는 오후. 은퇴를 앞둔 정 씨는 낡은 서랍에서 오랜만에 옛 사진들을 꺼내 들었다. 30년 전 고등학교 시절, 짧게 깎은 머리와 수줍은 미소를 지닌 청춘들이 사진 속에 웃고 있었다. 가슴 한켠이 찡해지며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. 그런데 마침내 오래전 친구들에게서 연락이 왔다. 바로, 동창회 초대장이었다.잊고 지낸 그들, 그리고 나정 씨는 곧 퇴직을 앞두고 있었다. 오랜 직장 생활을 마무리하며 한편으로는 홀가분했지만, 또 다른 한편으로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막연함이 그를 괴롭혔다.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출근하던 일상이 사라지면, 그 빈자리를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지 막막했다. 아이들은 다 자라 독립했고, 배우자와 단둘이 남은 집은 어느새..